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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포로에서 로마의 신사가 된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의 기적 같은 여정

by astu 2026. 7. 21.

오늘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만큼 파란만장하고 신비로운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유럽 땅을 가장 먼저 밟은 조선인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탈리아 로마에 정착한 조선의 소년 '안토니오 코레아(Antonio Corea)'입니다. 노예에서 로마의 지식인으로 거듭난 그의 영화 같은 삶을 지금 시작합니다!

 

1. 헐값에 노예로 팔려 간 조선의 소년

전쟁은 한 소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1597년 정유재란 전후, 일본군에게 붙잡힌 조선인 포로들은 나가사키의 노예시장으로 넘겨졌습니다.

 

당시 일본에 와 있던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상인들에게 조선인들은 단돈 '12 스쿠디(당시 소 한 마리 값도 안 되는 헐값)'에 거래되곤 했습니다.

이 비참한 노예 시장에서 소년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부유한 상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Francesco Carletti)였습니다.

 

카를레티는 소년의 영특함과 맑은 눈빛을 눈여겨보고 그를 사들였습니다.

비극적인 노예로 끝날 뻔한 소년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2. 인도 고아(Goa)에서 얻은 진정한 '자유'

 

카를레티는 소년을 데리고 자신의 무역선을 탄 뒤, 마카오를 거쳐 포르투갈의 아시아 거점이었던 인도 고아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카를레티는 놀라운 결정을 내립니다.

 

함께 데려왔던 조선인 소년들에게 가톨릭 세례를 받게 한 뒤, 모두 자유인 신분으로 해방해 준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년은 인도에 남아 정착했지만, 유독 정이 깊이 들고 똑똑했던 한 소년은 카를레티의 곁에 남아 유럽까지 동행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소년이 바로 카를레티의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을 따서 세례명을 지은 '안토니오(Antonio)'였습니다.

 

3. 폭풍을 뚫고 도착한 약속의 땅, 이탈리아

 

안토니오와 카를레티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유럽으로 가던 도중 적대 세력이던 네덜란드 해군에게 배가 나포되는 목숨을 건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안토니오는 1602년 네덜란드를 거쳐, 1606년 마침내 이탈리아 피렌체와 로마에 도달하게 됩니다. 임진왜란 포로로 끌려간 지 약 10여 년 만에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유럽 중심부에 선 것입니다.

 

카를레티가 남긴 일기(세계 일주 기행문)에는 안토니오의 로마 생활이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내가 데려온 소년 안토니오는 현재 로마에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모든 이들에게 신사로 널리 알려져 사랑받고 있다."

 

안토니오는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가톨릭 교회의 신뢰를 받으며, 더는 노예가 아닌 당당한 로마 시민이자 신사로서 품격 있는 제2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4. 아직도 이탈리아에 살아 숨 쉬는 '코레아(Corea)'의 후손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방의 아주 작은 산골 마을인 '알비(Albi)'에는 신기한 비밀이 전해 내려옵니다.

 

이 마을 주민 중 수십 가구는 오늘날까지도 '코레아(Corea)'라는 성씨를 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을의 구전 전설에 따르면, 옛날 로마에 살던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가 이탈리아 여성과 결혼해 낳은 후손들이 이 산골 마을로 이주해 정착했다고 합니다.

 

외모는 완연한 이탈리아인이지만,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먼 동방의 나라 조선(Corea)에서 온 영웅의 후예"라는 사실을 가문의 크나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5. 거장 루벤스의 붓끝에 담긴 안토니오의 얼굴

세계적인 화가 피터 파울 루벤스의 명작 <한복 입은 남자(Man in Korean Costume)>를 아시나요?

 

그림 속 남성은 조선 시대 사대부나 무관들이 입던 '철릭'을 입고, 머리에는 방건을 쓰고 있습니다.

루벤스가 이 그림을 그린 시기(1617년경)와 안토니오가 로마에서 활동하던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여, 많은 역사학자는 이 그림 속 기품 넘치는 청년의 주인공이 바로 안토니오 코레아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마치며

나라가 힘이 없어 전쟁터의 포로로, 헐값의 노예로 머나먼 이국땅에 던져졌던 조선의 소년.

하지만 안토니오 코레아는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끝내 꺾이지 않고 배움을 멈추지 않았으며, 마침내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 로마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위대하고도 아름다웠던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의 기적 같은 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