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추나무도 미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는 단순한 옛말이 아니라, 실제로 대추나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병을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옛사람들은 이 병에 걸린 대추나무의 모습을 보고 마치 나무가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죠.
대추나무가 '미치는' 이유, 빗자루병
이 병의 정식 명칭은 대추나무 빗자루병입니다.
이름처럼 병에 걸린 대추나무의 가지들이 마치 빗자루처럼 뭉쳐서 자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병의 진짜 원인은 **파이토플라스마(Phytoplasma)**라는 아주 작은 미생물입니다.
이 병원균은 대추나무의 양분을 운반하는 통로(체관부)를 막아 나무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합니다.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는 어떤 모습일까요?
-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꽃이 피더라도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아주 작게 열리다 떨어져버립니다.
- 잎과 가지가 비정상적으로 자랍니다. 잎은 작고 누렇게 변하며, 새로운 가지들이 마치 빗자루처럼 뭉쳐서 나옵니다.
- 나무 전체가 서서히 말라죽습니다. 병이 진행될수록 나무의 생명력이 약해져 결국 고사하게 됩니다.
어떻게 병이 퍼질까요?
이 무서운 병은 주로 두 가지 경로로 퍼집니다.
- 매개충에 의한 전염: 마름무늬매미충과 같은 곤충이 병든 나무의 즙을 빨아먹고, 건강한 나무로 옮겨가면서 병원균을 옮깁니다.
- 접목에 의한 전염: 병든 나무의 가지를 건강한 나무에 접목했을 때 병원균이 옮겨갈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 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병든 나무는 빨리 잘라내고, 병을 옮기는 매개충을 방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대추나무도 미칠 수 있다'는 말에는 이렇게 과학적인 이유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해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