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처벌 기준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양심의 가책'**과 **'죄의식'**을 느끼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시작하는 심리적인 나이는 언제일까요?
발달심리학에서는 아이들이 단순한 규칙 준수를 넘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공감하고 후회하는 내면화된 도덕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연구해 왔습니다.
1. 초기 도덕성: '벌과 보상'의 나이 (만 3세 ~ 6세경)
이 시기(유아기)의 아이들은 도덕적 실재론(타율적 도덕성) 단계에 머뭅니다.
아직 진정한 의미의 양심보다는 외부의 권위에 의해 행동이 결정됩니다.
- 판단 기준: 행위의 결과만을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 예시: "엄마가 접시를 많이 깼으니까 더 나빠!" (접시를 깬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가 크면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 죄의 인식: '나쁜 행동'은 곧 **'벌을 받는 행동'**입니다. 어른이 보지 않으면 나쁜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하늘에서 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사고합니다.
- 느끼는 감정: 주로 수치심이나 불안감입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부모에게 혼나거나 사랑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이 주를 이룹니다.

2. 양심의 싹: '의도와 공감'의 나이 (만 7세 ~ 11세경)
초등학교 시기에 아이들은 인지 발달과 함께 도덕적 판단 능력도 질적으로 성장하여 자율적 도덕성 단계로 이행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시기에 진정한 양심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 판단 기준: 행위의 **동기(의도)**를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 예시: "엄마를 도와주려고 하다가 실수로 컵을 깼다면 괜찮아." (의도가 좋았다면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 죄의 인식: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끼친 해악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규칙은 사람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이를 어기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내면화합니다.
- 느끼는 감정: **죄책감(Guilt)**입니다. 외부의 처벌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스스로 불편하고 후회하는 감정입니다. 이 죄책감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보상 행동이나 사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양심은 만 7세 이후부터 발달합니다
아이들은 만 7세가 넘어가면서 **"죄"**를 단순한 결과나 처벌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 의도가 초래한 해로움"**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처럼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비판하는 능력, 즉 양심과 죄의식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에 이르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발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부모나 교육자가 아이의 행동 결과보다는 '왜 그렇게 했는지' 그 동기를 물어보고,
그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귀납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양심 발달에 가장 중요합니다.